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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6 베를린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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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베를린은 독일이 시작한 2차세계대전의 마지막 피날레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펠 강과 슈프레 강이 합쳐지는 곳,

숲이 넓고 호수가 많아서 풍경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기로 유명하였던 이 도시는 1871년부터 독 일의 수도였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연합군의 포격으로 벽돌 하나하나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사실 도시 자체를 지도에서 사라져 버리게 할 정도의 많은 포격과 공습으로 인해 지금의 베를린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오래된 건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연합군은 6년동안 그들이 당했던 고통을 되돌려 주고자 철저하게 베를린을 유린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성이 멎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베를린은 연합군에의해 동과 서로 나뉘어 또다시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동부는 동독에 의해, 서부는 서독에 편입되어 있다가 1990년 통일로 45년 만에 다시 독일의 수도가 된다.


'Einfühlung' 감정이입의 독일어 이다.

나는 베를린을 보면서 항상 한국을 같이 생각하게 된다.

아시아와는 비교도 할수 없는 엄청난 경제력을 가진 유럽에서 그것도 유럽제일의 나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보면서 분단국가

한국을 생각하게 된다.


비슷한 점을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는 이곳에서 동서로 나뉘어진 도시에서 헤어진 가족에서 그들을 만나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하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베를린은 유럽의 그 어느 도시 보다도 각별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출발한 에어 프랑스의 좁디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의 12시간의 비행, 오랜 비행에서의 잠자고 먹고를 반복하다 보면 마치 내가 커다란 비행기의 형상을 한 괴물의 

배속에서 꿈꾸듯 생활하는것 처럼 느껴진다.

피노키오의 아빠였던 Geppetto가 고래배속에서의 기분이 이랬을까?


항공사에서는 자주 있는 연착.

이 연착은 어떤 경우든 사람을 편하게 해주진 않는다. 이미 연착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평화로운 여행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프랑스 드골 공항에서 내린 시간이 오후 4시 50분, 우리가 갈아타야 하는 독일 베를린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5시 15분.

당연히 놓치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선반위에 있는 짐을 꺼내고 있는데 비행기 문이 열리자 마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에어프랑스 직원이 우리를 애타게 찾는다.


기적이었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시간안에 갈수 없는 연결편을, 그 직원의 도움으로 미로같이 펼쳐진 공항의 비상문을 재빠르게 빠져나가 5시 15분에 베를린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탈수가 있었다.


나의 첫 베를린 여행은 나의 다른 목적지의 여행과는 다르게 기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겨울의 베를린은 오후8시인데도 그 어둠의 느낌은 새벽 2시를 알려주는것 같은 적막함이다.

인적이 드문 공항을 빠져나와 예약한 호텔에 가기위해 택시를 잡는다.

분위기 자체가 지하철이나 버스로는 도저히 갈수 없는 시간이 되버린거 같았다. 새벽 2시에는(실제로는 오후8시이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대중교통편도 멈추고 그것을 이용하는 승객도 없을거 아닌가?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우리의 선택은 하나로 귀결될수 밖에 없었다.


비오는 베를린를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데 창밖에 보이는 장면은 어둠 그 자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아끼는 이 모습은 베를린을 여행하는 내내 익숙하지가 않다.


파리의 화려함을 기대한것은 아니다. 다만 유럽의 초강대국 독일의 수도인 이곳에서 

조그마한 동방의 나라 한국의 조그마한 소도시의 새벽같은 느낌이라니, 가당치가 않다.


이곳을 오기전 나는 많은 생각과 그에 어울리는 고민을 반복하고 있었다. 머리는 과부하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기분또한 롤로코스터를 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과연 유럽이, 베를린이 이런 현재의 나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겨울의 유럽은 일조량이 부족해 이곳의 주민들은 인공 광원에 의존하기 까지 한다.


나는 지하로 더 내려가는게 아닐까?




복잡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 나만의 시차적응을 위하여 바로 호텔 바로 내려간다.

역시 독일답게 자체 맥주 생산시설을 가진 바가 있다. 


1516년 빌헬름 4세가 공포한 "맥주순수령" 은 독일의 맥주 사랑을 법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대맥,호프,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첨가해서는 안된다는 이 간단하면서 명료한 명제는 세계 최고의 맥주국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줬지만, 오늘날 고지식한 방법으로 인해 다양한 맥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맥주순수령을 지키지 않은 맥주라도 차츰 독일에서 맥주로 인정받는 시절이 되었다.


여지없는 시차의 부적응으로 인한 새벽 4시의 기상. 이제 놀랍지도 않다.

무슨수를 써도 시차를 적응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시차 또한 여행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수긍하게 되면 지치고 힘든 몸이 조금은 힘을 얻게 된다.


긍정은 모든 일에 힘을 준다. 여행자가 일상생활하는 사람과 다를게 없다.

똑같이 여행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식사를 하고 걷든 차를 타고 다니든 하루하루 몸은 피곤하게 된다.


여행은 마음의 안식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사실 몸을 지치게 만드는것은 일상생활과 똑같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더 고달프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다.


여기서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좀 두어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전날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베를린의 첫날 아침은 너무나 밝게 시작한다.

날씨와 음양의 차이로 이렇듯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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